지난 한 주는 흑백요리사에 심취하여 보낸 듯하다. 시작은 언니의 추천으로 인해서였다. “홍아,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꼭 보아라. 가슴이 웅장해진다.” 그 말을 듣고, 바쁜 육아 일상을 쪼개어 몰입에 돌입했다. 실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그리고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전개였다. 스케일 장난 아니고, 참으로 재미있었고, 그러면서 가슴 깊이 감동할 수밖에 없는 요리 인생들이 담긴 훈훈한 스토리. 그 멋진 요리 경연을 보고서 웅장해져 버린 육아맘이 리뷰를 시작해 본다.
흑백요리사(부재 : 요리 계급 전쟁) 플롯 대결구도
흑백요리사는 우선 백팀 20명과 흑팀 80명으로 팀을 나누어서 ‘수저’라는 이름을 붙여, 부제 그대로 계급도를 형성하며 대결을 펼쳐나간다. 말그대로 계급장 떼고 ‘다이다이’ 해본다는 뜻이다. 백팀은 이미 자타공인된 스타 셰프들이 속한 팀으로 속칭 ‘백수저’로 분류가 되고, 파인다이닝의 대가이자 스타 요리사인 최현석 셰프를 필두로 대한민국 중식의 대가 여경래 셰프, 미국에서 날아온 한미 동맹 국빈 만찬 셰프인 에드워드 리, 대통령의 요리사인 안유성 셰프, 한식대첩 우승자인 이영숙 셰프, 떠오르는 중식 스타 정지선 셰프 등 쟁쟁한 요리사들이 즐비했다. 흑팀에는 아직 ‘이름을 알리지 못한’ 셰프들이 각자의 별칭을 달고 경연에 참여했는데, 이 중에는 최근 국내에서 파스타로 최고 맛집으로 알려지고 있는 ‘나폴리 맛피아’, 퓨전 일식을 선보이는 ‘요리하는 돌아이’, 한식 오마카세로 사랑받고 있는 ‘이모카세’, 배달에서 시작해 누구보다 맛있는 요리를 선보이는 ‘철가방 요리사’ 등 이름만 들어도 스토리를 연상케 하는 셰프들이 있었다.
총 7개의 라운드, 라운드 별 진행 과정 코멘트!
강력한 스포를 담고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보실 분들은 감상 후 읽어주세요! ⚠️
- 1라운드 흑수저 60인 탈락전 : 라운드는 1라운드 흑수저 결정전으로 시작을 했는데, 80명이 모두 스타 셰프인 20명의 백수저와 겨뤄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100분간 각자의 요리를 완성하여 심사를 받고, 20명만이 살아남아 백수저와 겨루게 되었다. 오프닝에서 자신 있다고 호언장담을 한 많은 흑수저 요리사분들이 탈락하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운이 없었으리라…
- 2라운드 흑백 진검승부 : 2라운드에서는 살아남은 흑수저 셰프 20인이 20인의 백수저 셰프와 진검 승부를 벌이는 ‘흑백 대전’이 시작되었다. 흑수저가 지목한 백수저 1인이 짝을 맞추어 하나의 냉장고 속 음식 주재료로 요리를 펼쳐나가는데, ‘홍어’, ‘곱창’ 등 기상천외한 요리 재료가 툭툭 튀어나올 때마다 ‘X 됐다’라는 듯한 표정의 셰프들의 얼굴을 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였달까…ㅎ 당연히 통과하리라 생각했던 백수저 셰프들이 많이 탈락하고 고전하는 것을 보니, 우리네 인생사와 비슷하구나 싶었다. 그래, 길고 짧은 것은 맞대어봐야 알지! 나도 모르게 흑수저들을 응원하게 되는 면이 있었다.
- 3라운드 흑백팀전 : 3라운드, 흑백 팀전 재료의 방. 개인적으로 가장 짜릿했던 라운드였던 것 같다. 살아남은 흑백요리사들이 이제부터는 흑백 팀전으로 나누어서, 육류와 어류를 두고 각각 팀전을 펼치는데, 개개인의 실력은 이제쯤이면 비슷비슷하다고 볼 수 있으나, 결국 중요한 것은 팀원들의 단합력이 요리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부분이었다. 그런면에서 첫 라운드로 시작한 흑백팀들이 거의 페널티가 있었다고 보일 정도. 왜냐하면 첫 팀(육류팀)들이 삐그덕 거리는 것을 보면서 두 번째 흑백팀(어류 재료팀)이 참고를 하여서 화합에 힘을 썼기 때문에 더 높은 완성도의 음식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여기서 가장 돋보였던 것은 ‘가자미 미역국’이라는 세련된 퓨전 한식을 선보인 최현석 셰프의 팀이었는데, 아 역시 최현석이 최현석 했구나 싶은 안정감이 들어서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여담이지만, 이 프로그램에 최현석 셰프가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이토록 흥행을 할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 사람의 인간적인 매력, 서사, 스타성 모든 게 ‘자꾸 보고 싶은’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 4라운드 편의점 패자부활전 : 편의점 패자부활전! 흑백팀전에서 지게 된 각 셰프들이 ‘편의점’이라는 재료 무대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비기를 선보이게 된다. 참, 정말 머리 잘 썼다 싶은데, 편의점이라는 너무나 일상적이고 접근성이 좋은 재료 공수처를 요리사들에게 제안하면서, 대중들이 한번쯤 따라 해보고 싶은 요리를 만들어보게 한 것. 편의점 매출도 올리고, 요리에 대한 관심도도 높인 신의 한수가 아니었나 싶다. CU편의점에서는 당장 패자부활전 1위였던 나폴리 맛피아의 밤 티라미수를 출시해 버렸다고 하니, 정말 기획 목적과 결과가 잘 부합하는 라운드가 아니었을까 싶다.
- 5라운드 레스토랑 운영전 : 흑백혼합 레스토랑 운영 팀전. 패자부활전으로 살아남은 셰프들까지. 이제 총 15명만이 남아서 팀을 꾸려서 레스토랑을 꾸려나간다는 미션이었다. 참, 창의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미션!ㅎㅎ 여기서 정말 안타까운 상황도 발생했는데, 처음에 3팀으로 나눠서 팀을 만들게 해놓고서는 각각의 팀에서 1명씩 ‘제일 필요 없을 것’으로 보이는 사람 한 명을 방출하라는 것. 이야 이토록 잔인할 수가. 하지만, 세상은 냉정하다. 먼저 자기가 나가겠다고 자존심을 지키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는 아닐 거야 하고 있다가 뒤통수를 세게 맞기도 한다. 그의 축소판 같은 결과로 안유성 셰프, 만찢남, 철가방 요리사가 방출팀을 이루어 선전했지만, 슬프게도 결국 패배한다. 5라운드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스타 먹방러들이 레스토랑 고객들로 출연을 했는데 각각 100만 원씩을 쓸 수 있어서 미친 듯이 맛있게 먹고 평가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절로 군침이 돌 정도였다. 테이와 이국주도 너무 반가운 얼굴이었음.ㅎ
- 6라운드 세미파이널 : 2가지 미션으로 진행되었으며, ‘인생을 요리하라’라는 주제로 펼친 살아남은 8인의 셰프들이 요리를 했다. 여기에서 가장 돋보였던 것은 에드워드 리 셰프였다. 그분의 스토리텔링 자체가 너무 마음이 따듯해지는 느낌이었달까. 현대식 참치 캐비아 비빔밥은 한국인이지만 미국에서 살아가며 느껴온 이질감과 외로움, 그리움을 모두 담은 듯한 요리였다. 그에 백종원 심사위원도 감동을 받은 듯 높은 점수를 주었다. 결국 1위는 나폴리 맛피아의 게국지 파스타가 먹었지만, 나는 에드워드 리 셰프에 가장 감동 먹었다. 그리고 최현석 셰프… 여기서 봉골레 파스타에 마늘만 더 넣었어도…ㅠ 세미파이널 2차전에서는 무한 요리 지옥이라는 진짜 보는 사람도 이쯤이면 짜치고(?) 피곤학 느껴지는 대결을 펼친다. ‘두부’를 주재료로 마지막 한 사람 남을 때까지 지지고 볶고 튀기는 요리대결이었는데, 결국 여기서 에드워드 리 셰프만 생존하고 나머지 셰프들은 무대 위에서 사라지게 된다.
- 7라운드 파이널 : 강력 스포부터 먼저 하자면, 1등은 결국 ‘나폴리 맛피아’에게 돌아갔다. 여기서 이름이 자랑스럽게 밝혀진다. 그의 이름은 권성준. 언제 한번 꼭 그의 레스토랑에 가서 파스타를 먹어봐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에드워드 리 셰프는 마지막까지 멋진 요리를 선보였지만, 떡볶이 아이스크림 + 막걸리 조합은 권성준 셰프가 온갖 비기를 다 짜낸 양갈비 파스타를 이겨내질 못했다. 이렇게 모든 흑백 대결이 끝이 나고, 결국 흑수저가 살아남았다!
스타 쉐프 못지않은 스타 심사단 : 백종원과 안성재
우리나라 요리 대결에 빠질 수 없는 사람. 백종원이 심사를 맡았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유일한 미슐랭 3 스타 레스토랑 ‘모수’를 운영 중인 안성재 셰프가 또 다른 심사자였다. 아… 둘의 케미가 뭐랄까. 정말 쫄깃쫄깃했다. 백종원은 익히 알듯이 푸근~한 심사평과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평들을 선보였고, 안성재 셰프는 정말 어떤 때는 표독스럽게까지 느껴질 정도로 예리한 평가를 내려 긴장감을 안겨주었다. 그러면서도 심사단 2명이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이자, 성숙한 합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아 교훈이 되는 듯했다. 나중에 알게 된 얘기지만, 안성재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역시 백종원 대표의 후원이 있다고 하니, 둘의 친분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게 남은 숙제, 흑백요리사 지도를 도장깨기 할 것
모든 방송을 시청한 후, 앞으로 나에게도 숙제가 남았다. 흑백요리사들이 방송 내내 온갖 창의적인 요리를 만들어낸 것처럼 나도 우리 건민이와 남편에게 각종 실험적인 요리를 해볼 것과, 흑백 요리사 100인들의 가게를 도장 깨기 하는 것! 앞으로 어떤 지역을 갈 때마다 맛집을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게는 네이버가 제공한 흑백요리사 맛집 지도가 있으니! 물론 아쉬운 점은 대다수가 서울에 위치하고 있어서 아무래도 도장 깨기를 다하는 데는 상당한 기름값이 들겠다는 것… 그렇지만 도전해 볼 것이다. 나의 가을철 미각과 재미를 일깨워준 흑백요리사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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