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타임인 줄 알고 봤다가 큰코다쳤어요
김윤석과 고민시가 포스터에 보이는 것을 보고는, '이거 무슨 조합이지?' 싶었다. 지난 2주간 코로나에 걸려 골골거리다 보니 하루종일 기력 없이 자리에 드러누워 있을 수밖에 없는 날들이 있었는데, 그날들에 선택했다가 아직까지 여운이 남는 넷플릭스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다.
생각지도 못한 전개
김윤석과 고민시. 정말 생경한 조합이고, 거기다가 놀랍게도 윤계상에 이정은, 박지환까지 나온다. 그리고 전개 역시,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고민시의 경우에는 스위트홈에서의 역할이 가장 인상 깊은 연기로 남아있었는데, 이 드라마로 연기력이 이 정도로 출중했구나 하고 놀래버렸다. 김윤석이야 생활연기의 달인으로 이 아저씨를 보노라면, 극에 빨려 들지 않을 수가 없지.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줄거리
영화는 3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이들은 극의 중간에 섞이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
1. SIDE A 영하의 이야기
어느 한적한 숲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영하(김윤석 분)는 죽은 아내와의 마지막에 대한 기억이 담긴 채로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숲에 차가 처박혀 있는 것을 보고는 도와주게 되는데 미모의 여자 유성아(고민시 분)다. 이 여자는 마침 영하의 바로 옆집 친한 친구의 펜션에 묵기로 해서 찾아오던 길이었고, 그 집에 에어컨이 고장 나는 바람에 영하의 펜션에 묵게 된다.
어린 남자아이를 데려온 여자. 그 아이는 너무 순하고 귀여운 아이였다. 영하와 영하의 친구는 이 소년과 함께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여자는 어딘지 모르게 신비로운 구석이랄까 비밀스러운 구석이 있어 보였는데, 영하가 아내와 즐겨 듣던 LP 판에 관심을 보여 그 LP를 듣게 해 주었고, 그렇게 하룻밤이 지나고 여자는 떠났다. 그런데 LP 집에 담긴 LP에는 웬 피가 묻어있다.
이에 이상함을 느낀 영하. 그 길로 여자의 자취를 펜션에서 따라가면서, 여자의 차 뒤에 세워져 있던 친구의 트럭 블랙박스까지 돌려보게 되는데... 거기서 아이는 더 이상 볼 수 없었고, 차 트렁크에는 커다란 트렁크만이 담긴다.
그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장면을 보면서, 영하는 '확신'한다. 이곳에서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그렇게 바로 신고를 하려 하지만, 자신의 모든 평화와 펜션의 운영이 달린 일이기에 이에 대해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말할 수 없는 일'임을 받아들이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모든 흔적을 지우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그리고, 몇 년 후. 그 여자가 돌아왔다. 그리고 악몽이 시작된다.
2. SIDE B 상준의 이야기
상준(윤계상 분)은 한적한 시골에서 리버사이드 모텔이라는 숙박업소를 운영 중이다. 아내와 함께 오손도손 모텔을 운영해가고 있으며, 작고 오래된 모텔이지만 젊은 사람들도 찾아올 만큼 나쁘지 않은 숙소다. 절친한 친구 종두(박지환 분)도 동네에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의 일상을 돌본다.
그러던 어느 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붓던 때에 모텔 앞 다리에서 모텔로 들어오지 않고 깜빡이고 있는 자동차 하나를 발견한다. 한 손님이라도 더 들여볼 생각으로 호객에 나선 상준. 그렇게 눈빛이 불안정한 남자는 모텔로 들어서게 되고, 상준은 호의를 베풀어 가장 좋은 객실을 손님에게 내어준다. 이것이 상준의 인생을 나락으로 가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채.
3. SIDE C 보민의 이야기
보민(이정은 분)은 시골 파출소로 어떤 연유로 발령을 받아 내려오게 된다. 그녀의 별명은 술래. 보통의 감각 이상으로 범죄자를 쫓는 본능을 가진 형사를 지칭하는 별명이다. 그녀와 영하의 시간, 동선이 종종 겹쳐지게 되면서, 그녀는 영하의 위기를 직감하게 되고 그와 관련된 범죄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REVIEW 후기 - 약 스포 주의하세요.ㅎ
난데없이 맞은 짱돌에, 미치고 폴짝 뛰겠는 사람들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가, 어떤 제삼자가 벌인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가 되는 사람들을 '개구리 Frog'라고 한단다. 이 영화 내내 '개구리가 누군가 던진 돌에 맞았다'는 음성이 종종 튀어나오는데, 그 억울함이 고스란히 담긴 내용이다. 영하와 상준 모두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가다가 '미친 인간'들 때문에 팔짝팔짝 뛰며 억울함을 호소하게 된다. 아니, 저게 가능한가!? 싶을 일들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 놓는 각본은 설득되고 싶지 않지만 설득되어버리게 만든다.
나 같아도 내가 운영하는, 생계가 달린, 그리고 나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펜션에서 일어난 '험한 일'을 바로, 즉각적으로 누군가에게 알릴 수가 있을까? 그리고, 나의 생계가 달린 모텔을 운영하면서 비 오는 장사 안 되는 날, 눈앞에 있는 손님을 놓치고 싶을까? 그리고 그 가해자들은 뻔뻔하고도 당당하고 나의 괴로움을 즐기고 있다...
사방이 갇혀있는 상황, 그리고 어찌할 도리를 모르고 팔짝팔짝 뛰는 그 억울함이, 보는 나까지 답답하게 만드는 이 주인공들을 보며, 순식간에 드라마에 몰입하며 이틀 정도를 침상에서 보낸 것 같다.
고윤정 사건과 유영철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그 와중에, 고민시 왜 이렇게 연기 잘함... 몸 자체도 너무 어려 보이고 얼굴만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살인마 역할을 하는데 상당히 매력 있고 섹시해 보이며 광기 어린 연기도 다시 봤다. 그리고 보는 내가 진짜 쳐죽이고 싶었던 것을 보면 연기를 '참 잘했던 것' 같다. 너무나도 분노할 수밖에 없는 고윤정 사건을 닮아 있기에...
그리고, 상준의 이야기 역시... 윤계상의 연기가 정말 일품이었고, 비스티 보이즈, 범죄도시 이후로 연기 잘한다 생각은 했었지만은 이번엔 너무 마음이 아플 정도로 연기를 잘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역할의 짠함이 극에 달해서 정말 눈물이 다 났다... 그 와중에 종두!!! 박지환은 어디에 들어있어도 왜 이렇게 맛깔나는지. 그. 나. 마. 이 극의 비극적인 상황과 무거움을 타파해 주는 감칠 소스 같은 역할을 제대로 한 것 같다.
디즈니플러스 <카지노>에서 얼굴을 익힌 '홍기준' 배우... 상준을 미치고 폴짝 뛰게 한 손님의 역할로 분했는데, 이번 역시 정말 역할 잘 맡은 것 같다. 천연덕스럽고 때려죽이고 싶은 살인마로의 완벽한 변신이었던 듯.
나라면 어땠을까.
드라마는 '거의' 권선징악으로 끝이 나지만 세상에는 참,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제 때 말 못 하고 해결할 방법이 없고, 그렇게 앓다가 스러져가는 생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피해자가 되고 싶지는 않지만 누군가가 작정하고 쥐고 다가오는 거대한 짱돌을 맞이했을 때 나는 과연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나의 경우를 머릿 속으로 무수히 시뮬레이션을 하게 되는, 잔상이 진하게 남는 밤들이었다.
+ 감독이 <부부의 세계>를 만든 모완일 감독이라고 하는데, 나는 부부의 세계를 보지 않았지만 이 드라마로 인해 한번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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