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귀에는 이명이 있다. 바야흐로 4년 전(벌써 4년이나 됐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 화이자 1차 백신을 맞고는 어느 날 뿅하고 이명이란 친구가 찾아왔다.
이명耳鳴을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아래와 같이 정의가 나온다.
청신경에 병적(病的) 자극(刺戟)이 생겨, 환자(患者)에게만 어떤 종류(種類)의 소리가 연속적(連續的)으로 울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
이명이 무뎌지는 순간
처음에는 정말 지독하게 고통스러웠다. 귓가를 때리는 찡 전자음과 휘용휘용 사이렌 소리에 몇 날 며칠을 잠도 못 자고 너무 힘이 들 때는 정말 잠을 자기 위해서 신경안정제(그 유명한 자낙스)를 먹기도 했었다. 나는 뒤통수만 땅에 대면 잠이 드는 게 남편 왈 대단한 사람이었는데, 그리고 어디서든 잘 자던 사람이었는데 잠을 잘 못 자니 정말 한 달 사이에 살이 8킬로 가까이 빠져버릴 정도로 쉬이 넉다운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는, 정말 오롯이 고통스러운 나와의 시간을 견디기 위해서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다. 이 이명의 원인은 화이자 백신이라고 심증은 확실했으나 그에 대한 병원들의 처방은 없을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가 안양에 유명하다는 한의원을 찾아가 한약도 먹고 안 먹던 음식들도 인터넷을 샅샅히 뒤져 나름대로의 연구와 함께 다 때려먹고 온갖 좋다는 영양제들(피크노제놀, 레스베라트롤, 피세틴 등등)을 아이허브에서 직구로 사다 먹기 시작했는데. 어... 그렇게 하는 동안 몸이 급격하게 다시 좋아져서는 살도 배로 찌고, 그러다가 정말 축복스럽게 아기가 찾아오게 됐다. 그러면서 어느 날 말 그대로 득도(?)를 하기는 했다. (육아를 하다보니 더욱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참, 모든 일은 이렇게 전화위복이라는 과정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몸소 체험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명도 처음에는 "나에게 제기랄 이명이 생기다니!!!" 절망적이었고, 내가 이런 불치병을 갖게 된 사람이라는 것, 내가 이런 병을 앓고 있다는 것, 이런게 모두 나 스스로를 괴롭게 하던 생각들이었는데. 극복하기 위해서 마음을 먹고 또 열심히 몸을 챙기고 정신없이 무언가에 매진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에는 나는 이명이 '있어요' 정도로 순화가 되었다. 실제로 처음에 이명이 생겼을 때는 이 귀로 노래를 듣는 것, 이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는 것, 그림을 그리는 것 그 어느 것에도 집중을 할 수 없더니, 이제는 그런 게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모든 일을 하는데 지장이 없으면서, 예나 지금이나 내가 오랫동안 궁둥이를 의자에 붙이고 있을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ㅎ

생각보다 많은 이명인耳鳴人
내 주변에도 이명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내가 이명이 갓 생겨서 괴로움이 절정일 때에 우리 부서에 새로 들어왔던 직원이 있었는데, 본인도 이명을 갖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귓전에 들리는 '바람소리'에 대해서 이야길 하곤 했다. 그때는 그게 좀 든든했던 것 같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는 우리 엄마. 엄마도 60살이 다 되어서 과로와 스트레스, 그리고 갱년기 증상으로 이명이 생겼다. 엄마가 그렇게 괴로워하는 모습을 처음 봤던 것 같다. 내 나이 20대 중반, 엄마가 전국 팔도로 이명을 고치기 위해서 뛰어다니는 걸 보며,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피폐해져 가는 걸 보며 이명이 저렇게 괴로운 것이구나 하고 슬퍼하고 안타까워하곤 했었다. 그러던 내가 이명이 생겨서 엄마의 괴로움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될 줄이야. 그런데 이때에 이르러서는 엄마는 이미 이명에 대해 초인이 되어서, 60세 늦깎이 간호과 대학생으로서 간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해 버렸다. 엄마 왈 "이제는 이명이 아~무 신경도 안 쓰인다. 나에게는 이명이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우리 울산 큰 이모가 예전에 엄마가 이명 때문에 너무 괴로워할 때 그런 얘길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명 그거 다들 있는 거 아니가? 나는 예전부터 있었는데~?" 이모는 정말 신간 편하게 사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사는 데 아무 지장도 없고 신경도 안쓰인다는 게 그 시절 엄마는 너무 신기하다고 했었는데, 엄마가 이제는 그 경지에 올랐고, 또 이명 초기에 이 얘길 들어서 믿기 힘들었던 나도 어느새 그런 때가 와서 참 이것도 놀랍달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상투적인 문장이 또 여기서 와닿게 되기도 하고.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여고 시절 같은 반 친구가 어느 날 자기는 귀에 '이명'이라는 게 있다고 했다. "그게 뭔데?" 친구는 "귀에서 삐ㅡ 소리가 계속 나는 거"라고 했다. 그거 나도 안다고 가끔 삐! 소리 나고 사라지는 거 그거 말이지? "어 맞는데, 나는 그게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난다." 어릴 때부터 나는 귀가 예민한 편이어서 그런 친구가 너무 가엾고 고통스럽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나에게 찾아왔고 그러자 그때 그 친구가,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은 고통스러운 생활을 했던 건 아니었겠다는 안심을 했다.
겪어보고 서로 하는 위로
서로의 아픔을 함께 겪어보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 특히나 이명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긴 한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견뎌가고 익숙해져가고 살아가는 이명인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도 여전히 가끔은 귓가가 아주 조용~해서 고요를 즐기던 날들이 그립기는 해서, 종종 네이버 [No1.이명 나의 이명 극복 고군분투기] 카페에 들락날락거리곤 하는데, 최신 이명 정보를 얻기도 하고, 나와 증세가 비슷한 사람이 있으면 조언(?) 같은 걸 남기기도 한다. 그러면서 서로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그게 또 나름대로 위안이 되고 도움이 될 때가 있다.
궁극적으로 바라는 바는, 의료기술이 여기서 더 진일보해 지금 개발중이라는 신약들이 뿅 성공하면서, Ai가 샤라라락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는 이 귓속 윙윙 벌소리의 그 비밀을 파헤쳐줘서 이명이 불치병에서 치료 가능한 영역의 증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고요한 날에 엄마랑 나랑 이모랑 친구 모두 바람이 잠든 평온한 귓가를 맛보게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상, 이명을 겪고 있을 누군가에게 힘이 되길 바라며 나의 이명 이야기를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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